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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인 취업준비생 김재훈(가명·남)씨는 지난해 11월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로 알려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했다.
성인이 맞는 HPV 백신은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총 3회 접종해야 한다.
접종을 완료하는데 보통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김씨는 HPV가 성적 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자신과 여자 친구의 건강을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HPV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김씨처럼 HPV 백신을 접종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김모씨(21)씨는 최근 남자친구 이모씨(20)로부터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를 맞고 오겠다"는 말을 들었다.
HPV 백신 주사는 여성들만 맞는다고 생각했던 김씨는 이씨에게 접종 이유를 물어보니 "HPV에 감염됐을 때 남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보균자가 돼 여자친구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 말처럼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면 여성의 HPV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 항문 및 생식기 주위의 감염을 유발하고 생식기 사마귀를 형성할 수도 있어 남성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PV 백신 주사를 맞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미디어에도 남성 연예인이 백신 주사를 맞는 장면이 등장했다.
또다른 대학생 김모씨(23)는 "남자친구와 드라마를 보다가 유명 남성 배우가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를 맞는 장면이 나와서 남자친구에게 접종을 권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며 "HPV 백신 주사 접종 비용이나 과정 등을 묻는 남성 지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HPV 백신 비용이 5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고 접종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황은혜(가명·20)씨는 남자친구와 HPV 백신을 맞기 위해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알아보다 접종비가 둘이 합쳐 1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황씨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어려워 용돈과 주식 투자로 번 돈을 모아 접종비를 부담할 생각"이라며 "HPV 백신을 어린 나이에 맞으라고 권장하면서 대학생이 지불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을 책정해놓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만 12세 여성 청소년으로 한정된 HPV 백신 무료접종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남녀 모두 가급적 조기에 HPV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주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남아에게도 HPV 백신 주사를 권장하며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성 접촉을 통해 남성이 HPV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남녀가 함께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두석 성균관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간혹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거나 자신이 HPV 무료 접종 대상임을 모르는 여성 청소년들이 있는데 이들이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게끔 학교 등에서 성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요한 것은 HPV 백신 주사를 맞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와서 검진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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